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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느낀점

홍신자 - 자유를 위한 변명

by ppangsang 202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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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읽었던 책. 그 때도 엄청난 감동을 받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더 와닿는 구절이 많다. 

소리내어 읽고 곱씹어 보고, 격리생활에서 나에 대해 또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책.

그리고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져온 책. 그만큼 내가 나를 잃어버렸을 때 읽으면 나를 되찾게 도와주는 책이다.

 

p.27 

처음엔 나는 ㅇ나를 발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이제는 이 자연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 버리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나는 깨달음을 덛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을 깨뜨리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우선 내가 나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환상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환상은 너무나도 교묘히 짜여진 하나의 작품, 명작이다.  이 환상은 깨뜨리기도 힘들고, 힘들여 깨뜨리고 나면 그만큼 고통도 크다.

 

p.40

아름다운 꽃이 향기를 발하며 바로 눈앞에 있다 해도 고뇌 속에 빠져 이쓴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꽃은 거기에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의식이 열려 있는 만큼만 사물을 인식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 51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거나 하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무리가 온다. 하게 되었을 때, 할 기회가 왔을 때 억지 부리지 않고 그것을 하면 무엇이든 자연스럽다. 

 

p. 53

감추고자 하는 자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웃음으로, 울음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말과 글로 모두 쏟아내야 한다. 가슴에는 빈 공간만 남기는 것이다.

 

p. 156

비곡 불구의 몸이지만 그는 스스로의 몸에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 몸에 긍지를 느낄 수 있으면, 그 긍지에 비례한 만큼의 자유로움이 그 속에 담기는 법이다. 자기 몸의 못난 부분, 부족한 부분까지도 다 인정하고, 자기 몸에 대해서 긍지를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자유로운 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몸은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병은 결국 신경의 과로에서 오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을 부리지만 않으면 된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하다보면 조화가 깨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병이다. 

 

p. 160

호흡과 몸에 의식을 모으고 순간순간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상이다. 

 

p.240

나는 좋다 나쁘다, 또는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나에게 그것을 도덕적으로 심판할 아무런 아무도 자격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것을 도덕적으로 심판하기 위한 잣대조차도 없었따.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 철칙처럼 여겨지는 율법도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으로 옮겨 놓으면 아무런 의기가 없어지고 말지 않은가

 

p.246

손끝이 살짝 스쳐 와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예민한 피부의 감각은 평생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아주 잠깐 동안 내려지는 신의 축복이다. 나는 금욕으로써 그것을 극복하고 순수한 자신을 지키고 싶어했지만, 실은 달래지 못하는 갈증으로 변해 버린 성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극복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은 그것이 집착이요 얽매임이었음을 몰랐다. 

 

p.256 

우리 생명의 근원은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존재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다. 우리 자신이 사랑으로 충만할 때 우리는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 미움을 가진 사람은 미움으로밖에는 남을 대할 수 없다. 

항상 여행자인 나는 길을 물으면서 간다.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때로는 사랑, 때로는 증오, 때로는 무관심을 본다. 무관심한 자의 손가락은 어디를 가리키는 지 알 수 없고, 증오만 남은 자의 그것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 그러나 사랑으로 가득한 자의 그것은 언제나 정확한 곳을 가리키고 있따.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인생길을 영원히 헤매야만 할 것이다. 

 

p. 265

남의 눈총이 무서워 타협하는 자는 자기 인생을 산 것이 나리ㅏ 남의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다. 결국 허무를 느낄 것이다.

모두가 하는 대로 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소위 이 땅에서 정상이라는 것도 시대와 공간을 벗어나면 더 이상 정상이 될 수 없다. 

실은 깨달음이란 것도 단지 고정관념이 깨어진 상태일 뿐이다. 물론 그 상태로 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벗어나는 길이니까. 

 

p.281

너는 이제 떠나기 바란다. 가라. 가서 갠지스 강가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든, 도시의 인기 높은 광대가 되든 결국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네가 원하는 바에 따르라. 아무 두려움을 가질 것 없다.

 

p.285

나를 의식한다는 것과 호흡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숨쉬지 않는다면 스스로에 대한 의식도 없다. '나는 이렇게 있다'는 의식은 결국 신을 알기 위한 것이다. 

 

p.292

저녁 식탁을 사이에 두고, 혹은 차를 한 잔 나누는 짧은 시간에 그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무한한 가르침을 한두 마디로 쓱싹 알려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그의 가르침의 요점이 뭐냐구요"

그들은 직접 나가서 체험하고 자ㅅ기 자신의 것을 직접 찾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도, 에너지도, 심지어는 돈도 단지 앉아서, 아니면 파티장에 가서 짧고 피상적인 대화 몇 토막으로 재미있는 것만 몽땅 알겠다는 것이다. 삶 자체를 그런 게으름 속에서 받아들이려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가?

 

남의 손을 빌려 간접적인 지식이나 간접적인 체험을 얻르려고만 하지 말고...

 

p.297

하나의 아픔이 사라지면 또 다른 아픔, 하나의 꿈이 깨어지면 또 하나의 또 다른 꿈이 피어난다. 매일매일 반성하고 깨닫고 회개하며 살고 싶다. 물은 어느 그릇에나 담겨질 수 있듯이 우리 삶도 그런 것. 다만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저절로 체득된다. 일깨워지고 겸허해지고 순수해지고 솔직해지고.. 요컨대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자신이 비록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 할지라도 그 스승의 넉넉한 품 속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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